조금은 오래 신어서 뒷 굽이 닳고 밑창이 벌어졌지만
다른 어느 신발보다 발이 편해서 자주 신는 구두.
그걸 막둥이가 봤는지? 어버이날 아빠 새 구두 사주겠다 했었다.
마음이 예뻐서 웃으며 고맙다 인사하고 잊고 지냈는데…
주일 오후에 온 가족 백화점 구경갔을 때 구두매장 앞에 선
막둥이, 10만원 줄테니, 아빠 원하는걸로 골라보란다^^;;
어리둥절해 하는 점원 앞에서 잠시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웃으면서 기분 좋게 한 켤레 골랐다.
막둥이가 말한 10만원에 딱맞고 내 발에 딱맞는 구두로
검정구두, 세일가격 9만9천원.
연신 구두 맘에 드냐고 물어 보는 막둥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엄지척 해주니 으쓱하며 좋단다ㅎㅎ
막둥이, 도대체 너는 누구이고 어디서 무엇때문에 왔니?
이제 고작 열한살인데… 마음씀씀이가 아빠를 쑥쓰럽게 한다.
내 인생에서 이런 아들을 허락해주신 그분께 감사드리며
막둥이 낳아주느라 힘써 고생한 부인님께 평생 잘 해야겠다.
막둥이 목소리와 어깨에 힘 좀 들어갈 수 있도록
폼나게 새 구두 신을 날, 곧 오겠지?
막둥이가 사준 새 구두. 아까워서 신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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